Re: 학교 가기가 너무 싫어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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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. 은평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오늘 선생님입니다.
편안한 학교생활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‘편안’님이라 부르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?
편안님께서 작년에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는 모르겠으나, 가족들과도 이야기 할 힘이 나지 않을 정도로 힘든 경험을 하셨나 보네요.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해 구체적인 위로는 드릴 수 없으나 몇 달 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신 편안님께서 부디 앞으로는 지금 부르는 이름처럼 편안한 삶을 보내시길 바랍니다.
학창시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보내는 만큼 인간관계 중에서도 친구와의 관계가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. 그런 와중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경험하고 계시니, 지금 편안님께서 느끼고 있을 두려움과 슬픔이 얼마나 클지 저로서는 상상할 수가 없네요. 불편한 사람과 같이 있는 상황을 우리는 흔히 지옥이라고 표현하지요. 다툰 친구와 수 시간을 같이 있어야하고, 나와 그 친구로 인해 불편해하는 친구들 모습을 보며 눈치를 봐야하는 학교라는 공간이 편안님께는 당연히 두려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.
편안님의 질문에 답변하기 전에 우선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몇 자 적어봅니다. 죽음이나 자퇴를 생각할 정도로 힘든 상황 속에서 다시 일어나셨다는데 박수를 드리고 싶어요. 부모님께서 편안님을 생각하시는 마음만큼이나, 편안님께서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참 아름답고 대견합니다. 편안님께서는 그 때 스스로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 하신 거잖아요. 그러니 혹시라도 여전히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, 조금은 내려놓으셔도 괜찮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.
사람은 한 번 특정 상황에서 고통을 느꼈던 기억이 있으면 그와 유사한 상황에서도 위축되기 마련이에요. 친구와의 힘든 기억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. 그런데도 편안님께서는 전학을 간 낯선 장소에서 친구들에게 다가갔고,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어요. 편안님이 얼마나 대단한 용기를 지닌 사람인지 꼭 알아두셨으면 합니다.
현재 편안님께서는 한 친구와의 갈등이 잘 봉합되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아요. 친구와 작은 다툼을 한 것만으로도 큰 스트레스일텐데, 그 일이 계속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가 편안님이었어도 지금 느끼는 마음 그대로 학교 가는 게 무척 불안할 것 같습니다.
편안님께서 친구와 화해하려고 시도해보았다는 점에서,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. 다만 그 친구가 편안님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피하고 있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. 반 친구들이 불편해하는 것 또한 편안님을 힘들게 하고 있으니, 이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행동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.
예를 들어, 싸운 친구에게 편지를 보낸다던가, 한 번 더 대화하고 싶다는 카톡을 보내는 것, 또는 친구에게 자리를 만들어달라는 것 등으로 친구와 화해 시도를 해 볼 수 있겠지요.
반 친구들이 불편해하고 있는 측면에 대해서는 친구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불편한지, 편안님이 할 수 있는일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.
그 외에도 편안님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목록화해서 적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.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실천해보는 것 만으로도 불안함이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.
편안님, 인간관계를 비롯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문제들 중에는 해결이 가능한 것도 있지만,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답니다. 내 노력과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어요. 어쩌면 이러한 목록을 만들어서 실천해보아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지요.
그러나 편안님을 힘들게 하는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. 편안님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. 그러므로 편안님이 하고싶은 만큼 움직여보셨으면 합니다. 그 과정에서 편안님의 행동이 통하지 않더라도 편안님이 잘못된 것은 아니랍니다.
친구와의 관계 개선이 되지 않고 친구들도 계속 불편해한다해도, 편안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보았다는 것, 상황을 바꾸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. 다른 사람의 행동을 조종할 수는 없지만, 편안님의 행동은 바꿀 수 있고,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.
예를 들어, 너무 힘들다면 잠깐 기분을 환기시킬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, 자책하는 대신 스스로 다독이는 말을 하는 것 등이 있겠지요. 또는 편안님의 지금 이 마음을 친구나 부모님, 또는 상담센터에 연락하여 이야기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.
방 밖으로 나오기도 힘들 정도로 힘든 일을 겪고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편안님께서. 다시 인간관계 문제를 경험하며 얼마나 위축되고 속이 상했을지, 토닥여주고만 싶습니다.
다만 편안님께서는 제가 토닥여주기 전에도 이미 방 밖으로 나왔고, 친구들에게도 먼저 다다갈 수 있을 정도로 용기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. 또, 친구와 싸운 이후에도 먼저 화해하려고 노력했고,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쓸 수 있을정도로 실천력도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.
그 친구와 다시 좋은 관계가 되기를 바라며, 편안님께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셨으면 합니다.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도, 편안님께서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내셨다는 것, 화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, 그리고 어려움을 겪고 나서도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 정도로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.
만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. 학교 내의 상담 센터 또는 가까운 지역 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방문하시거나 아래의 방법을 통해서도 상담이 가능하답니다. 평안님을 응원합니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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은평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(02-384-1318)
오늘 선생님 드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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